'어린 것들 해방 만세!' - 5월 4일 어린이 해방의 날 집회 열려

2019. 5. 5. 12:48소식

'어린 것들 해방 만세!' 

- 5월 4일 어린이 해방의 날 집회 열려


사진: 정다루



어린이날의 전날인 5월 4일, 서울 종각역 6번 출구 앞에서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가 진행하는 ‘어린것들 해방 만세! - 오월은 푸르구나 우리들은 시위한다’집회가 막을 올렸다.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는 선거연령 하향, 학생인권법 제정, 어린이청소년인권법 제정을 위해 활동하는 연대체이다. 많은 어린이와 청소년이 참여한 이번 집회는 어린이날을 ‘어린이에게 선물을 주는 날’이 아닌, ‘어린 자들의 인권과 해방을 말할 수 있는 날’을 만들자는 취지로 진행되었다.


집회 시작 전 2시부터는 청소년인권행동아수나로 서울지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에서 부스를 운영했다. 3시부터 시작된 집회는 어린이와 청소년 11명의 이어 말하기로 시작했다. 경남 학생인권조례 운동을 하고 있는 지혜 활동가는 서명운동을 진행했던 자신의 경험을 들어 “법적 보호자에게 허락을 구하고 서명을 해야 하는 어린이를 보고 안타까움을 느꼈다. 어린이는 어린이라는 이유로 허락을 받아야 하는데, 허락을 받는 것은 권리를 박탈당한다는 뜻이다.”라며 일상 속 어린이가 인권을 박탈당하는 사례를 이야기했다.


노동당의 조민 청소년당원은 “어린이날과 노동절이 닮아 있다고 느낀다. “고 말하며 100년 전의 어린이날 구호가 지금과 다를 바가 없다는 것에 대해 “세상은 변하지 않았다.”라며 지적했다. “국민의 대표기관에 왜 청소년과 소수자를 대변하는 인물이 없는가. 이제는 청소년이 국회로 가야 한다.”며 2020년 총선에서 자신이 출마할 것을 선언했다.


청소년 이어 말하기가 끝난 뒤 집회 참여자들은 ‘어린이날 노래’를 개사한 ‘어린 것들 해방 만세 노래’를 다 함께 불렀다. 개사한 가사 중 ‘오월은 푸르구나 우리들은 시위한다’라는 문장은 이번 집회의 대문 문구로도 사용되었다. 동요 공연에서는 어린이 청소년 노래 단체 ‘노래하는 꿈틀이들’의 즐거운 공연이 이어졌다. ‘희망을 위하여 선거연령 18세로 하향하라, 내일을 위하여 청소년의 참정권을 보장하라’는 가사는 어린이와 청소년을 존중하고 환대하기를 바랬다.


연대 발언에서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장애여성공감 등 연대 단체들의 이야기가 이어졌다. 민주사회변호사모임 서채완 변호사는 “어린이 청소년의 인권은 더욱 최우선으로 보장되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어린이, 청소년이라는 이유로 많은 권리가 박탈당하고 있다. 그러나 그들에게는 그 현실을 바꿀 기회조차 주지도 않는다.”라며 평등한 세상을 위해 지속적인 연대를 약속했다.


마지막엔 새로운 어린이날 선언문이 울려 퍼졌다. 선언문 내용 중 “어린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은 1년 중 하루에 불과한 선물과 생색이 아니라 뿌리 깊은 억압과 차별로부터의 근본적 해방이다.” 은 어린이날이 어린이 해방의 날로 기념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다.


한편, 지난 4월 30일에는 국회 정개특위에서 18세 선거연령 하향 패스트트랙 지정이 통과되었다. 패스트트랙 지정과 함께 집회의 열기를 이어 21대 총선은 청소년이 함께할 것으로 기대해본다.


- 소희 기자



<새로 쓴 2019년의 어린이날 선언문>


97년 전의 어린이해방운동의 정신을 계승하며,

2019년의 어린이날에 ‘어린 자들’의 인권 보장을 요구한다.


너무도 하찮아서 달리 지칭하는 말조차 없었던 나이 어린 존재에게 ‘어린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동등한 인격적 대우를 요구했던 역사적인 투쟁의 날이 다가왔다. 1920년대 당시의 어린이날은, 사람으로서 인정받지 못하던 나이 어린 존재들이 스스로에게 이름을 부여하고 정당한 대우를 요구하며 한데 모여 집회를 벌이고 행진을 벌이던 날이었다. 

 그러나 오늘날, 어린이날의 역사적 의미는 퇴색되었다. 어른들이 시혜적으로 내려주는 선물에 고마워하기만 하면서 이 날을 지나보낼 수는 없다. 2019년 현재에도, 나이 어린 존재 또한 마땅히 존중받아야 할 사람이라는 외침은 여전히 현실화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전히 나이 어린 존재들은 학교에서, 가정에서, 우리 사회 모든 곳에서 차별 대우를 받는다. 어린이와 청소년들은 시민으로서 살아가기 위해 필수적인 각종 권리들로부터 소외된다. 학교에서는 훈육이라는 미명 하에 학생에 대한 체벌과 모욕을 암암리에 허용한다. 많은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가정폭력으로 인해 죽거나 다친다. 폭력을 견디지 못해 집을 뛰쳐나온다 해도 갈 곳도 살아갈 방법도 없다. 어른이 보호하고 대리해야 한다면서 어린이 청소년의 권리를 인정하지 않는 제도는 이들을 더욱 위험한 상황으로 내몬다. 사회는 어린 사람은 미성숙하다고, 서툴다고, 버릇이 없다고 낙인을 찍는다. ‘노키즈존’으로 대표되는, 어린이와 청소년이 환영받지 못하는 공간이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어린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은 1년 중 하루에 불과한 ‘선물과 생색’이 아니라 뿌리 깊은 억압과 차별로부터의 근본적 해방이다. 


오늘 우리는 1923년 발표된 최초의 어린이날 선언문의 정신을 이어 다음과 같이 선언한다.

1. 어린이 청소년을 기존의 사회적 차별과 나이차별적으로 구성된 윤리적 억압으로부터 완전히 해방하라.

2. 어린이 청소년에게 박탈된 참정권과 모든 시민적 권리를 완전히 허하라.

3. 어린이 청소년이 자유로운 시간과 안전한 공간을 누릴 수 있도록 필요한 사회적 조건을 모든 영역에서 보장하라.


2019. 5.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