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주의에서 나타나는 청소년 혐오

2019. 7. 4. 16:15극한직업청소년

보호주의에서 나타나는 청소년 혐오



 

나는 현재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이다. 정확하게 언제부터였는지 모르겠지만 고등학교 입학 전부터 우울증을 앓아왔다. 제일 큰 원인이라고 하자면 입시로 인한 스트레스가 원인이었다. 예전엔 감정 기복이 매우 심한 정도였다면 이제는 어떠한 방법으로라도 자해를 해야 그나마 진정이 될 정도였다. 더 심하게는 자살 시도까지 해야 하는 정도였다. 부정적인 생각을 많이 했고 식이 장애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까지 가는 일도 있었다. 먹고 먹어도 또 먹고 싶었고, 나중엔 꼭 토를 하고 싶어졌다. 또 기억력이 아주 심하게 감퇴되어 일상생활에 문제가 생겼다. 사소한 것조차 기억을 하지 못해 난감한 상황도 두루 있었다. 상태가 심각한 만큼, 전문적인 상담을 받거나 정신과 진료를 받아 약을 처방받는 등의 조치를 취하고 싶었다.


 그러나 나는 돈이 없는 청소년이었고, 부모는 내가 상담이나 정신과 진료를 받아 약을 처방받는 것을 좋게 생각하지 않았다. 나는 진지하게 부모를 앉혀 내 상황을 설명하며 부모를 설득하려 했다. 그러나 왜 자꾸 그런 것에 의존하냐며, 너는 너무 약하다며 오히려 나를 다그쳤다. 정신이 썩었다는 둥, 요새 애들이 다 이렇다는 둥 차마 입에 담지 못할 말만 들었다. 나는 그 후로 어디에도 도움을 요청할 수가 없었고 자살 시도까지 하려 했지만 결국 끈질기게도 살아남았다. 이런 상황에서 나는 도대체 무엇을 할 수 있는 건지,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 궁금하다.


몇 년 동안 입시만 바라보고 아이들을 공부시키는 환경 때문에, 한국의 청소년 중에는 우울증을 비롯한 정신 질환을 앓고 있는 학생들이 많다. 매번 입시만 바라보고 공부하며 살아가는 청소년들이 마냥 행복할 수 있다면, 적어도 나는 그건 당연히 거짓말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불행했다. 돈이 없는 청소년이라서 병원비가 없었다. 청소년이라서 정신과 상담을 받고 싶어도 부모님의 동의가 필요했다. 그러나 부모님의 동의를 받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무료로 상담이 가능해서 찾아간 상담센터는 우울함이 깊었던 내겐 딱히 도움이 되지 않았다. 내가 계속 이곳에 와서 나아지는 게 뭐가 있지? 라는 생각이 자꾸만 들었다. 그래서 근처의 또 다른 무료 상담 센터를 찾았지만 부모의 동의가 꼭 필요한 곳이었다.


결국 나는 상담 받는 것을 포기했다 . 마지막 희망의 끈을 놓아버렸다. 나는 그렇게 점점 마음이 병들어가고 있었다. 그래서 정상적인 일상을 살아갈 수 없었고 당연히 현재도 그렇다. 내가 정신적으로 힘든 상황에 부모의 동의를 받아 병원에 가는 것이 정녕 맞는 일일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가정폭력 피해자들이 정신적으로 힘들 때에는 무슨 일이 일어날지 뻔히 보이는 상황이다 . 나처럼 힘든 청소년들이 부모의 동의 없이도 도움을 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 더 나아가서 금전적인 지원도 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 청소년들의 정신 건강이 매우 걱정된다. 도대체 우리는 왜 이렇게 살아야 할까? 우리 청소년들이 건강한 정신 상태로 살아갈 수 있게 여러 곳에서 많은 노력을 기울였으면 좋겠다.


- 윤수빈


이번 24호는 4.9통일평화재단의 지원을 받아 만들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