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기 농성장 안에서의 청소년 혐오 - 서온, 한송이 인터뷰

2016. 10. 8. 18:03인터뷰

"'우리 아이들, 우리 아이들' 하던 사람들이 그 아이들이 담배를 피우는 순간 돌변한다는 거에요."



 2016년 9월 25일, 민중총궐기에서 경찰의 물대포를 맞고 쓰러진 백남기 농민이 돌아가신 이후 경찰은 한 줄의 사과도 없이 곧바로 부검을 시도했다. 많은 시민들이 분노했고, 백남기 농민의 죽음의 책임자를 처벌하라는 요구를 담아 서울대학교 병원에서 밤샘 농성을 시작했다. 그리고 청소년 녹색당 당원인 서온과 한송이 또한 밤샘 농성에 참여했다. 하지만 농성장 안에서 그들은 다른 사람들과 동등한 참여자로 취급받지 못 했고,  수많은 청소년 차별을 겪어야 했다. 급기야 흡연 구역에서 흡연을 하고 있을 때 한 비청소년 참여자가 그들을 흡연한다는 이유로 경찰에 신고하기도 했다. 당사자가 이 일에 대해서 자신의 SNS에 글을 올렸고, 그 후 청소년 흡연과 관련해 논란이 일었다. 사건의 당사자인 서온과 한송이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예상했던 것보다 농성장 내에 흡연뿐만이 아닌 전반적인 청소년 혐오가 심각했다.

       


자기소개를 해주세요.

 

: 청소년녹색당 서온입니다.

: 청소년녹색당 한송이라고 합니다. 탈가정 상태입니다.

 


먼저, 백남기 농성장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얘기해주세요.

 

: 서울대 병원, 백남기 농성장에 흡연구역이 하나 밖에 없어요. 농성하시러 시민들이 많이 오는데 흡연구역에서 흡연을 하시거든요. 그래서 저희도 거기서 담배를 피웠는데 시비거는 사람들이  자주 몇몇 있었어요. “몇 살이야? 학생이야?” 라고 반말하기도 하고 심하면 안 꺼?” 하면서 소리도 지르고 그랬거든요. 하루는 그게 일이 커졌어요. 민주노총에서 오신 분인데 반말을 쓰니까 제가 존댓말을 해달라고 했고, 당연히 받아들이지도 않고 하다 보니까 언성이 높아졌어요. “제가 담배피우는 거랑 나이랑 무슨 상관이에요?“라고 했는데 그 분이 그러면 너랑 나랑 나이 상관없이 맞짱뜨면 니가 이길 것 같아?“라고 하는 거에요. 다른 분들이 옆에서 말리는데, 어떤 분들은 괜찮아 냅둬라 한번 맞아봐야 정신을 차린다. 애를 죽여놓기라도 하겠냐.”, “이 어린 애들한테는 이게 좋은 거다.” 라고 하기도 했어요. 저희 당원 동지 분들이 오셔서 잘 중재 해주시는 바람에 일시적으로 종료는 되었는데 그 후부터 계속 작은 갈등들이 반복적으로 생기고 있어요.

 


경찰을 불렀다는데?

 

: 청소년이 담배를 피운다고 경찰을 불렀나봐요. 자기들 자존심 세우려고 백남기 농성장에 경찰을 불렀다는 게 너무 어이가 없죠. 그 사람들은 운동권이기 전에 그냥 꼰대에요. 경찰도 근거가 없으니까 그냥 신고해서 왔다 이런 식으로 황당해하고 짜증내고 갔어요.

 

: 그래서 저희가 백남기 투쟁본부에 말을 했어요. 그 분들이 그 분한테 찾아가서 이런 일이 있었는데 이게 사실이냐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말을 했죠. 그랬더니 처음에는 당황해하면서 안 했다고 발뺌을 빼는 거에요. 그러다가도 그렇게 학생들 편들면 안 된다고 하기도 하고.

 


그 일이 있고, 페이스북에 올린 후에 반응도 뜨겁고 엄청 많은 일이 있었어요.

 

: 메시지가 엄청 왔고, 4~50명이 친구 신청을 했어요. 페이스북의 유명한 유머페이지에 저희 게시물이 퍼졌더라고요. 무단으로 올라갔는데 비웃으려고 올린 거죠. 어떤 말을 하건 담배를 피웠다는 이유로 개소리라고 하는 거에요. 그게 트위터에도 올라가면서 욕도 많이 듣고 가서 공부나 해라’, ‘자본론은 한번이라도 읽어봤냐이런 식의 글도 많이 봤어요.


: 그래도 그 후에 백남기 투쟁본부에서 시민지킴이단 생활수칙을 대자보로 붙였어요. 나이에 관계없이 존댓말을 써달라, 성별 및 성적지향, 나이, 장애여부, 질병, 인종 차별적인 말과 행동을 삼가 달라는 내용이 적혀 있더라구요. 농성장에서 욕하셨던 분들이 처음에는 어린 애들이 담배 피워서 지적하는데 우리가 왜 잘못했냐는 식이었는데 주위 반응도 뜨겁고, 투쟁 본부에서도 주의를 주고 그러다보니 좀 당황하셨나봐요. 그래서 요즘은 대놓고 말은 못하는데 흡연할 때마다 째려보고, 같은 농성장에서도 왕따 당하는 느낌이 들어요.

 


꼰대질하는 사람들이 주로 하는 말들은 어떤 것이 있나요?

 

: 청소년이 흡연을 하지 말아야 하는 논리적인 근거가 있다면서 법을 많이 얘기해요.

 

: 악법이 있으면 법을 바꿔야 한다고 얘기해야 하는 거고, 법과 국가에 굴복하지 않으려고 이런 운동을 하고 있는 거잖아요. 그래서 굉장히 자기모순적이에요. 청소년이 담배를 왜 피우면 안 되냐고 물으니까 여기 있는 운동권이라는 사람들이 그럼 우리나라 법이 왜 그렇게 되어 있겠어?” 이런 식으로 얘기를 해요. 제대로 된 근거가 없어요. 이게 민주주의적 절차를 거쳐서 개정된 법이니까 지켜야 한대요. 그래서 제가 그 민주주의가 청소년을 배제하고 있다고 말하면 또 욕하면서 우물쭈물 대요.

 

또 어떤 사람들은, “나도 중학생 때부터 담배를 피웠는데 어른들 있으면 숨어서 피워야지라고 하기도 해요. 그냥 이렇게 시끄럽게 하지 말고 조용히 숨어서 피워라 이런 거죠. 근데 사실 문제의 본질은 저희가 시끄럽게 하는 게 아니고, 이 사람들이 담배피우고 있는 저희한테 시비를 걸어서 시끄러워진 거잖아요. 그 부분을 계속 설명하는데 이해를 못 해요.

 


청소년은 흡연을 하지 않아야 한다고 사람들이 말하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 청소년에게 담배를 금지하는 이유가 건강상의 문제도 있지만 담배가 일탈의 상징이 된 것 같아요. 화장이나 짧은 치마를 금지하는 게, 그게 시작이 돼서 더 큰 일탈로 넘어간다고 생각하잖아요. 그래서 일탈의 싹을 끊어버려야 한다고 말해요. 저는 담배를 일탈행위로 간주하는 것 자체도 편견이고, 일탈행위를 청소년에게 무조건 금지시켜야 한다는 생각도 잘못된 것 같아요.

 

: 제가 담배를 피우는 친구들한테 이런 일이 있었다고 말을 했었어요. 제가 이러이러한 이유로 청소년도 담배를 필 수 있다고 말했더니 그래도 담배는 숨어서 펴야하지 않느냐, 뭐가 자랑스러운 거라고 대놓고 피우나, 그런 식으로 말하더라구요. 피우는 자신들조차 그렇게 생각해요.

 


어떻게 그런 여론이 만들어진 것 같아요?

 

: 청소년은 건강해야 되고, 국가의 미래를 책임지는 존재라는 인식? 우리의 건강조차 국가에 의해 통제받고 있는 거죠.

 

: 특히 한국의 흡연문화가 위계질서와 많이 연관되어 있는 것 같아요. ‘어른 앞에서 어떻게 담배를 피냐이런 식으로. 담배가 원래 지위 높은 남성들의 전유물이기도 했구요.

 

: 여성과 청소년을 국가의 자원으로, 또는 남성들의 소유물로 생각하는 것 같아요. 그리고 그걸 보호라고 포장하는 것 같아요.

 


흡연과 청소년혐오가 관련이 있다고 생각하세요?

 

: 당연히 관련이 있죠.

 

: 처음엔 아이들을 보호해주겠다고 시작했을 거에요. 그런데 그러면서 대상화를 하게 되죠. 순수한 존재로 대상화를 했다가 아이들이 그걸 벗어나면 혐오해요. 제 친구가 했던 말이 있는데 시위에서 그렇게 우리 아이들, 우리 아이들 하던 사람들이 그 아이들이 담배를 피는 순간 돌변한다는 거에요. 그 말이 정말 맞는 것 같아요.

 


농성장에서 흡연 문제 말고도 또 어떤 불쾌한 일들이 벌어지나요?

 

: 농성장에서 학교 안 가고 뭐해,” 이런 말을 많이 들어요. 밥먹으러 갈 때도 왔어, 아들?” 이런 식으로 얘기하고. 반말을 너무 많이 해서 반말하지 마세요팻말을 써서 붙이고 다녀야 할 것 같아요.

 

: 남성이고 나이가 많은 사람들이 자기가 관리자인 것처럼 행동해요. 이불이나 그런 것도 처음 보는 사람한테 야 그거 내꺼야이런 식으로 말하고. 농성장에 자기 물건이 어디 있어요, 다 공유하는 건데.

 


농성장에서 백남기 분에 대한 공권력에 분노하기보다 꼰대 아재들에게 분노하는 경우가 더 많겠어요.


: 농성장에 처음 왔을 때는 하루 일과의 대부분이 그런 사람들이랑 싸우는 거였어요.

 

: 사실 농성 처음에는 사람들이 논란을 크게 만들고 싶지 않아 했고, 꼰대질도 적당히 했어요.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정신 상태도 예민해지니까 그 화를 약자인 청소년에게 푸는 것 같아요. 이게 특정 가해자가 있는 거면 그 사람에게 문제제기를 하고 해결하면 되는데 이건 그냥 불특정 다수잖아요. 사회 전반의 문제다 보니까 총체적인 대응의 필요성을 느꼈어요.

 

: 여성 혐오 문제도 심각해요. 밥차에서 일하고 있는데 제가 들어가려고 했어요. 그런데 여긴 여자만 오는 거야이런 식으로 애기하는 거에요.

 

: 그리고 그 밥차를 보수공사를 해야 하는 일이 있어서 사람들을 불러 모았는데 제 옆에 여성분이 가서 도와드리려고 했어요. 그 분이 비닐하우스만 20년간 수리해온 기술자셨거든요. 그런데 거기 여성 분은 쓸모없을 것 같아요.” 라고 하는 거에요.

 

: 후원물품 들어오는 것들을 저희가 옮기려고 도우려고 해도 저희는 필요 없다고 해요. 관리자처럼 행세하는 사람들이 비청소년 남성에게는 힘들고 중요해 보이는 일을 시키는데 여성이나 우리한테는 별 것도 아닌 일들만 하게 해요.

 

: 청소년 당사자들의 도움이 제일 중요한데, 사실 지금은 녹색당 어른들이 와서 도와주는 게 실질적으로 가장 효과가 커요. 근데 그게 너무 짜증나는 거에요. 제가 있는데도 저한테 녹색당 어른들 어디 있냐고 묻거든요. 없다고 하면 제가 있는 것 뻔히 알면서 녹색당 험담하고. 근데 어른들이 오면 엄청 반기고 굽신굽신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계속 농성장에 남아있는지?

 

: 그래도 청소년 당사자들이 남아서 하는 것도 의미가 있는 것 같고, 백남기 노인이 이렇게 물대포를 맞고 돌아가신 일 자체도 너무 슬픈 일이잖아요. 그리고 저희같이 문제제기 하는 사람이라도 없으면 정말 꼰대들만의 판이 될까봐 걱정이 되는 것도 있어요. 우리가 조금이라도 금을 내야 한다는 생각이 있죠.

 


앞으로는 어떻게 하실 예정인지?

 

: 저희는 원래 청소년녹색당 입장에서 대응을 하려고, 제가 페이스북에 연대 희망 인원을 묻고 그랬어요. 그런 걸 모아서 대자보를 붙이려고 하려고 했었는데 백남기 농성장에 경찰이 언제 올지 모르고, 영장도 신청됐고 그런 시기다 보니까 하기가 조심스러워지는 거에요. 괜히 이런 걸로 보수 언론에서 꼬투리 잡힐 것 같기도 하고 다른 얘기 때문에 묻힐 것 같기도 하고. 그래서 지금은 왠만하면 대자보를 안 붙이고 싶어요. 청소년녹색당에서 논의는 되고 있어서 성명 같은 걸 낼 것 같아요. 그리고 제 이름으로 그걸 했었잖아요. 그래서 뒷수습도 해야 할 것 같고, 할 게 너무 많아요.

 

: 언론에서 이상하게 보도할까봐 걱정하는데 저는 오히려 내부의 단결된 모습뿐만 아니라 갈등 있는 모습도 보이고 싶어요. 이런 문제들을 억누른 채 억지로 단결하려고 하는 것도 문제라고 생각해요.

 


이같은 상황들을 겪으면서 어떤 생각이 들었는지?

 

: 이게 기존에 없었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너무 일상적으로 존재해서 모르고 있었는데 지금 가장 이슈되는 것과 엮여서 크게 터진 것 같아요. 목표가 있다면 꼰대들의 생각 자체를 뒤집기보다 그런 생각을 설사 하더라도 혐오 표현들을 표출하지 못 하게 기제를 만드는 거에요. 그래서 투쟁 본부에 부탁드렸던 거기도 하구요.

 

: 공감해주시는 덧글 보니까 여성이나 청소년들이 많더라구요. 실제로 억압당한 경험이 있으니까 공감해주시는 거라고 생각해요. 전에는 이런 일이 있어도 청소년 활동가들끼리만 불만을 얘기했던 것 같은데 이렇게 대대적으로 알리니까 다른 사람들과도 공감의 폭을 넓히고 연대할 수 있는 것 같아요.

 

: 저희한테 꼰대질하는 사람들은 이걸 정치적 문제로 보지 않아요. 저희한테 이건 투쟁이고 정치적 문제인데, 그 사람들한테는 저희가 하는 게 개인적인 도덕적 일탈이고 자기들도 개인적으로 화를 표출한다고 생각하는 거에요. 사소한 문제로 보는 거죠. 그러니까 깊이 생각하는 것 같지도 않아요.

 

: 사건이 알려지면서 제 신상이 털렸어요. 그래서 처음에는 멘탈이 깨졌거든요. 그래도 제가 한 번 희생해서, 이런 계기를 통해 청소년인권에 대한 논의를 일으킨 것 같아요. 어차피 담배 피우는데 청소년이라고 알리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해요. 앞으로 담배 열심히 피우려구요 (웃음).



- 치이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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