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게임 셧다운, '참 별로라서' 소송 제기

2014. 6. 28. 23:58인터뷰

[인터뷰] 청소년 게임 셧다운, 참 '별로라서' 소송 제기
- 셧다운제 헌법소원 냈던 박건진 씨



사진 : 사카린

 

청소년의 건전한 성장과 중독예방을 위해 인터넷게임을 일률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정당하다.” 424, 헌법재판소는 청소년온라인게임셧다운제(12시에서 아침6시까지 만16세미만 청소년의 온라인게임이용을 강제차단하는 제도.)가 합헌이라고 판결했다. 한 청소년이 시민단체 등과 함께 셧다운제에 헌법소원을 제기했는데 그 결과가 나온 것이다. 헌법소원을 청구했던 청소년, 박건진 씨를 61일 만나보았다.

 

- 언제, 왜 헌법소원을 청구했는지 궁금하다.

박건진 : 2011, 15살 때였다. 억울했다. 학교 끝나고 독서실 갔다 12시가 넘어 집에 오고, 자기 전에 잠깐 게임을 하곤 했는데, 그것도 금지한다니, 진짜 별로였다. 헌법소원을 한대서 참여했다. 내 삶을 꾸리는 건 내가 알아서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내 생활을 국가가 짜준 시간표에 따라 움직일 의무는 없다.

 

- 재판과정에 어려운 점은?

: 헌법재판소를 직접 갈 필요는 없었고, 이병찬 변호사가 소송을 맡았다. 이상하게도 피해를 입은 본인이 청구해야 했는데 내가 미성년자라고 부모의 동의서도 요구했다. 처음엔 아버지가 반대하다가 전교1등 해라하며 동의서를 써주셨다. 전교1등은 못했지만.ㅋㅋ;

 

- 결국 합헌 판결이 나왔다. 소감은?

: 기분이 나쁘다. 판결문을 읽어보니 얼마나 미성숙한판결이던지. 밤에 게임을 할지 말지 판단하는 게 뭐 그리 중대하고 어려운 판단이라고 판단력 부족 운운하는지 모르겠다. 별 근거도 없이 셧다운제가 필요하다고 소설을 쓴 듯하다. 재판관들이 밤12시까지 미성숙하게 집에 안 가면 경찰서로 끌고가 재우는 법을 만들어보면 좋겠다.

 

 

 

청소년 게임규제, 결국 공부 압박


- 게임중독법이란 것도 국회에서 나왔다.

: 중독이 정확히 뭔지 모르겠다. 학교에선 온라인게임에서 친구를 사귀면 중독이라고 하더라. 게임을 잘 모르면서 막 갖다 붙이는 것 같다. 게임 때문에 생활이 파탄나는 사람이 있다면 치료해야 한다. 하지만 모든 청소년들이 게임 때문에 죽어가는 것도 아니고, 게임과몰입이 청소년만의 문제도 아니다. 결국은 공부하라는 압박 같다. 더 필요한 건 공부 셧다운 아닐까?

 

- 셧다운제 문제로 여성가족부(여가부)를 비난하는 것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 여가부를 욕하긴 어렵다고 본다. 청소년부서가 욕을 먹긴 해야겠지만, 여가부 없앤다고 끝날 문제는 아니다. 정부도 그렇고 사회 전반에 청소년은 공부나 해야 한다는 생각이 널리 퍼져있다.

 

- 셧다운제는 학부모들을 위한 거라고도 한다.

: 헌법소원을 아버지가 반대했던 이유도 게임 안 하고 공부해서 좋은 대학 가길 바라서였다. 성적을 미래 수입에 대한 보증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하지만 하기 싫은 공부도 왜 모두 억지로 해야 할까? 모두 다 공부를 열심히 해도 모두 법대, 의대를 갈 수도 없는 거고 1등에서 꼴찌까지, 있을 수밖에 없는데. 돌봄을 못 받는 가난한 집을 위해서라도 셧다운 해야 한단 얘기도 들어봤다. 하지만 게임만 차단한다고 공부를 하게 되거나 돌봄을 잘 받게 되는 건 아니지 않나.

 

- 셧다운제 반대가 게임회사 편들기란 말도 나오는데, 반대하는 입장에서는 어떤가?

: 물론 게임회사를 위해 셧다운제를 반대하는 건 아니다. 게임을 자신이 하고 싶을 때 하는 건 당연한 건데, “너흰 미성숙해한 마디로 청소년에겐 그게 안 당연해지는 것이 화나는 것이다. 게임회사들에게 사회적 책임을 지우더라도 청소년을 규제하는 방식은 이상하다. 모든 청소년을 예비중독(?)자로 간주하는 것도 위험하다고 본다. 애초에, 게임이 꼭 나쁜 건가?

 

- 요즘은 뭐 하고 지내나?

: 예전엔 게임도 나름 꼬박꼬박 했는데 지금은 페이스북 등 SNS가 더 재밌다. 이크, 이러면 SNS도 셧다운할까 겁난다. 요새는 입시공부를 한다. 2012년에는 아버지와 공부 문제로 갈등이 있어서 집을 나오기도 했다가 타협하고 돌아왔다. 아침부터 밤까지 꼬박 공부를 한다. 쉬지도 못한다. 게임도 1시간마다 경고문 나오던데, 공부도 그런 게 있으면 좋겠다. "과도한 입시공부는 건강을 해칠 수 있습니다." 하고.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 작년에 <청소년문화놀이터 출구>라는 축제의 기획단을 하면서 밴드부, 댄스팀 등 여러 동아리들을 만났다. 학교에서 자습실, 면학실은 에어컨도 틀어주고 지원도 해주는데, 동아리들엔 창문도 없는 창고를 주고, 무시하고, 심지어 대회 상금도 학교에서 가져갔다는 얘기를 들었다. 공부 안 한다고 욕하고 차별받는 현실을 생각하니 청소년 공연에 사람들이 환호하는 것도 괜히 슬프고 화가 났다. 공부만 하라는 현실이 바뀌어서, 우리가 정말로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게 되길 바란다.


[공현 기자]




※ 셧다운제 헌재 판결일이 2014년 4월 24일이지만 26일로 잘못 표기되었습니다. 24일로 정정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