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이상한 나라‘는 어디? - 탈가정 청소년의 자립을 꿈꾸는 사람들

2016. 11. 25. 00:01인터뷰


서울 관악구에 있는 자립팸 <이상한 나라>는 탈가정한 여성청소년을 위한 집이다. <이상한 나라>에 오기 전까지 ‘거리 청소년’, ‘불량 청소년’으로 불렸던 청소년들은 이곳에서 안정적인 삶을 되찾기까지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이상한 나라>에 사는 칠봉이, 니모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앨리스가 많은 동물들 옆에 비스듬히 기대어 앉아 있는 흑백 그림

자립팸 이상한나라의 이름은 루이스 캐럴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따왔다.



자기소개를 해주세요.

 

칠봉이 : 전 스물 둘 칠봉이고, 바리스타에요. 이상한 나라에서 살게 된지는 1년 4개월 정도 됐어요.

 

니모 : 저는 스물 두 살, 이상한 나라에 살고 있는 니모라고 하고요. 현재 직장에서 근무 중이에요. 니모가 여행을 하면서 많은 물고기들을 만나는데, 저도 돌아다니면서 많이 만나고 소통을 하고 싶어요.

 

'자립팸 이상한 나라'라는 공간을 어떻게 처음 접하고 들어오게 되셨나요?

 

니모 : 쉼터에서 만난 친구가 먼저 에 갔는데 좋다고 하길래 들어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들어오기 위해서 3년간 대기했어요.

 

칠봉이 : 19살 때부터 들어오고 싶었는데 타이밍이 안 맞아서, 2년 정도 기다려서 들어왔어요. 친구가 이상한 나라 초기 멤버라 자주 놀러가기도 하고 내 집처럼 들락거리면서 알게 됐어요.

 

이상한 나라에서 살면서 좋았던 점이 있다면?

 

칠봉이 : 처음부터 이야기하자면, 저는 사회 문제 같은 걸 전혀 몰랐어요. 나 살기 바빠서 생각도 안하고 그랬는데, 여기 와서 사회의 부적절한 일들이 많다는 걸 느끼고 좀 더 사회를 보는 시야가 넓어졌어요. 또 여기 와서 사회에 치이고, 사기당하기도 했던 것들을 같이 이야기하고 해결도 하고 있는 중이에요.

 

좀 평범한 삶을 살고 싶었거든요. 그동안은 계속 지내고 있는 공간도 불안정하고 무언가를 새로 할 수 있는 환경이 못 되었어요. 여기서는 제가 안정적이게 하고 싶은 걸 마음껏 할 수 있어서 만족하면서 살고 있어요.

 

니모 : 아직 오래 살지는 않았지만, 그 전까지는 제가 알바를 구하더라도 그만둔 적이 되게 많아요. 왜냐면 안정적인 집이 없었고 제가 자취를 한다 해도 고시텔이나 쉼터 이런 쪽에서 살다 보니까 마음에 여유가 없는 거에요. 그래서 저 같은 경우는 이상한 나라에 들어가서 ‘이게 내 집이다’ 라고 설명을 할 수도 있는 게 너무 기분이 좋았어요.

 

전에 머물렀던 쉼터들과 자립팸 이상한 나라가 다른 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칠봉이 : 쉼터는 원래 정해진 규칙이 있으니까 저희가 들어가서 무조건 적응을 해야 해요. 규칙을 어기면 경고를 당하고, 외출을 금지당하거나 퇴소 당하죠. 근데 이상한 나라에서는 외박도 12시 전에만 이야기를 하면 되거든요. 핸드폰을 뺏거나 제재하는 것도 전혀 없고. 저희끼리 불편하거나 힘든 건 조율하고, 새로운 걸 개발할 수도 있어서 우리가 만들어 나간다는 생각이 큰 것 같아요.

 

니모 : 쉼터에 있을 때는 선생님들을 위한 삶을 살아야 한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잘 보여야 좀 더 얻어먹고 일자리 같은 거 하나 더 얻을 수 있어서요. 근데 이상한 나라에서는 저희가 무언가 하고 싶다고 하면 그게 현실이 될 수 있게끔 활동가들이 노력해주는 부분이 많아서 좋은 것 같아요. 여기는 좀 더 같이 가능성을 열어두고 잘 해보자는 마인드라면 쉼터는 싸우면 강제퇴소, 단칼로 자르는 거죠. 어떻게 해서든 내보내려고 하는 느낌이 들어요. 착한 아이처럼 선생님들 위해서 살려고 하는 경우가 많죠.

 

청소년기에 자취를 하셨던 적이 있나요? 자취를 할 때 어떠셨는지 들려주세요.

 

니모 : 일반 집이 아닌 고시텔에서 많이 자취를 했는데요. 고시텔이라고 하면 딱 혼자 들어가서 쓸 수 있는 그런 방에 들어가서 생활을 해야 해요. 저 같은 경우는 공장에서 일도 했고, 알바도 해서 방값을 냈는데 전화 요금을 못 내서 전화를 못 했던 적도 있어요. 고시텔마다 규칙이 있는 곳도 있고 없는 곳도 있는데 힘들게 살았죠.

 

칠봉이 : 청소년일 때는 계약을 자기 이름으로 못 해서 고시텔을 못 가요. 그리고 청소년은 구하는 곳도 별로 없어서 제대로 일도 못 해요. 자취를 하면 비용이 많이 나가고 처음부터 끝까지 혼자서 다 해야 하죠. 일을 하더라도 처음에 정착할 때 돈이 많이 들고, 돈이 모이지가 않아요. 내가 자취할 준비가 안 되어 있는데 자취를 하니까 아예 놓아 버렸던 것 같아요. 여기서 살면서 돈 관리라던가 생활 관리들을 더 배우고 자립 준비를 하는 것 같아요.

 

청소년의 자립을 힘들게 하는 것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칠봉이 : 믿어주지 않고, ‘쟤네들은 뭘 해도 안될거야’ 라는 어른들의 시선이 힘든 것 같아요.

 

니모 : 청소년이 자립한다고 하면 뭔가 희망을 꺾고 짓밟는 것 같아요.

 

칠봉이 : 청소년이기 때문에 일단 마주치는 장벽이 있고 특히 가출청소년이라고 하면 인식이 더 안 좋아요. 쉼터에서도 마찬가지에요. 쉼터 안에서도 학교를 다니는 거랑 안 다니는 거랑 선생님들의 시선이 달라요.


니모 : 학생은 학교를 다녀야 하고 부모님 밑에 있어야 한다는 편견이 안 좋은 거 같아요. 청소년들이 피치 못해서, 살기 위해서 집을 나오고, 살기 위해서 자립을 하는 거잖아요. 그런데 청소년들이 자기 명의로 된 집을 얻기가 정말 어려워요. 그리고 열 시 이후에는 찜질방이나 이런 데 못 가요. 그럼 어딜 가라는 거에요? 잘 데도 없지, 씻을 데도 없지, 이러다 보니까 청소년들은 거리에 나갈 수밖에 없는 상황인 거에요.

 

청소년들 대상으로 나라에서 지원을 많이 하는 것도 아니다 보니까 청소년들은 거리로 나앉을 수밖에 없는데, 안 좋은 시선으로 바라보고 더 위험한 상황으로 몰고 가고 있는 거 같아요. 청소년들은 돈을 벌기 위해서 일을 하려고 해도 부모님 동의서가 있어야 하고, 고시텔 가려고 해도 부모님 동의서가 필요해요. 그게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어요. 그러다 보면 부모님의 동의를 받지 못하는 청소년들은, 여자 청소년이면 성매매를 할 수 밖에 없거나 남자 청소년이면 때려서라도 돈을 뺏거나 다 불법적인 일들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인 거에요. 지금 거리에 있는 청소년들의 현실인 거 같아요.

 

언론에서 가출청소년, 가출팸 등에 대해 보도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칠봉 : 안 좋은 것만 이야기하고 왜 그렇게 됐는지 과정은 이야기하지 않는 것 같아요.

 

니모 : 청소년들이 자립을 했다고 하면 안 좋게 돈을 벌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아요. 청소년들이 얼마나 힘들게 돈을 버는지는 말을 안 하니까 뉴스를 보면 엄청 화가 나요. 청소년들에게는 일당이나 수당을 제대로 안 주는 곳들이 많아서 더 힘들게 돈을 버는데. 어떻게든 살겠다고 하는 건데 뉴스에서는 비난하는 시선으로 보도하니까요. 가출팸 이라고 해서 다 나쁘지만은 않아요.

 

칠봉 : 가출팸이라는 단어 자체를 쓰는 게 문제인 거 같아요. 인식 자체를 안 좋게 만들고, 언론에서 청소년에 대한 위화감을 만드는 거 같아요. 학교 다니는 애들은 올바르고 학교 안다니는 애들은 나쁜 애들이라는 이분법? 근데 기회만 주면 잘 살거든요. 저희도 정상적으로 잘 살고 일도 잘 하면서 잘 살 수 있어요. 근데 그런 기회를 주지 않아요.

 

청소년이 자립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 꼭 바뀌어야 하는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니모, 칠봉이: (동시에) 돈, 시선.

 

니모 : 청소년이 자립하려고 하면 따뜻하게 바라보고, 돈 벌려고 노력하는 청소년들에게는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주었으면 좋겠어요. 앨리스 집처럼 자립팸이라는 타이틀을 걸고, 거리의 청소년들을 위한 소규모의 집들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어요. 부모님 동의 없이 청소년들도 일을 편히 할 수 있도록 알바 자리를 쉽게 구할 수 있게 되었으면 좋겠어요.

 

칠봉이 : 청소년들이 어쩔 수 없는 상황에 처해 있잖아요. 어떤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서 범죄를 저지르는 건데, 무조건 범죄를 저지르지 말라고만 하지 말고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면 범죄를 안 저지르고 살 수 있을 거 같아요. 저는 진짜 제가 나쁜 줄 알았거든요. 쉼터 살거나 학교 안 다니면 나쁘다고 하니까. 부적절한 시선만 받으니까 정말 내가 나쁜 것 같아서 반항하는 마음이 생겼던 거 같아요.

 

니모 : 무조건 ‘반항아다’ 이런 식으로 많이 보니까. 반항아는 사실 어른들이 만든 거잖아요. 저렇게 살아도 멋있게 살 수 있지 라는 시선으로 바뀌었으면 좋겠어요.



취재: 이반

정리: 치이즈